[천자칼럼] 전공의의 자가당착

입력 2024-02-20 17:58   수정 2024-02-21 00:11

가천대 길병원에서 근무하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신모씨가 2019년 2월 당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전 한 달간 1주일에 평균 100시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은 과로로 인한 심장병으로 판정했다. ‘전공의 과로사’를 인정한 첫 사례다.

전공의는 의대 6년 졸업 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면허(일반의)를 딴 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인턴(1년)과 레지던트(3~4년)를 말한다. 총 1만3000여 명으로 약 11만 명인 국내 의사 인력의 10%가 조금 넘는다. 연봉은 평균 7000만원 안팎으로 의사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전공의 생활은 빡빡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매일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까지 환자를 돌본다. 평일·주말 당직을 서야 해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전문의 특별법’은 주당 최대 88시간까지만 근무를 허용하고 36시간 이상 연속 근무(응급상황은 40시간)를 금지하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대형 병원은 전공의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가 전공의다. 의사 파업에서 전공의의 움직임이 결정적 영향력을 갖는 이유다.

서울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정부가 그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현장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55%인 6415명이 사직서를 냈고 일부는 근무지를 이탈했다. 병원에서 차지하는 자신들의 막대한 비중과 역할을 앞세워 위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젊은 의사들이 환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외면하고 번번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모습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대표되는 직업윤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단체들은 필수·지방의료 공백을 해소하려면 관련 수가 인상과 의료 사고에 대한 처벌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주장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논리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의사 부족으로 누구보다 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 아닌가. 상식적 잣대라면 오히려 의사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게 정상이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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